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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안경은 비싼거야
국민학교 5학년 때 였다. 큰숙모와 함께 상에 앉아 밥을 먹었다. 눈이 마이너스 8일 정도로 나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. 알게모르게 그 비싼 안경테와 알을 매년 바꿔주느라 엄마는 참 힘들었던 것 같다. 숙모가 얼마냐고 물었다. 이상하게 별거 아닌 질문에 난 고민이 되었다. “숙모! 이거 비싼거야!” 그리고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며 화를 냈다. 나는…왜 그랬었던 것일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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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은 책임감
나는 외아들 이었지만, 나에겐 친동생보다도 더 소중한 동생이 있었다. 큰삼촌의 외동딸이었다. 우리는 자세히 알지 못하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함께 컸다. 내가 5학년, 고놈이 1학년. 나는 왜인지는 몰라도, 혼자인게 좋았다. 그래도 내 동생하고 아침에 등교길이면 꼭 데리고 같이 학교를 갔다. 먼저 빨리 나아가면서도, 잘 따라오고 있나 꼭 뒤를 돌아보았다. 그게 아마 나의 표현이자 책임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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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추나무에 귀신 걸렸네
80년대의 한 여름에는 참 더웠다. 할머니,할아버지랑 같이 잠들지 않고, 작은 삼촌이랑 마루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이 들곤 했다. 마루바닥에 누워 창문을 보면 바람에 대추나무가 흔들거렸다. 그 당시에는 “여곡성”이라는 한국 호러 영화가 인기였다. 그렇게 무서웠어도 작은 삼촌이 있어서 든든했다. 삼촌이 대추나무에 걸린 귀신을 이야기 하기 전까지만. 한여름밤이 그렇게 덥지는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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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일 잔치
매년 8월이 되면, 엄마는 최대한 많은 내 친구들을 다 불러서, 없는 살림에도 생일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놓고 축하해줬다. 어떤 친구는 나도 좀 초대해달라고 자기가 아끼던 만화 카드를 줄 지경이었다. 하지만 어느 순간 행복함 보다는 미안함이 가득했다. 나는 분명히 어머니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. “아들! 참 착해서 고마워! 보잘것 없는 집에 친구들도 데려오고!” 아마 어머니는 자신과 내가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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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니
국민학교 1학년 때로 기억이 난다. 할머니집에 큰 삼촌이 아주 하얗고 또렷하게 이쁘게 생긴 개를 데리고 왔다. 이름은 “하니”였다. 족보가 있는 말티즈의 순종이었다. 사랑을 줄 줄도 할 줄도 모르는 나에게, 하니는 살아있는 동안 순종의 고귀함과 자존심을 알려주었다. 그리고 슬픔도 가르쳐 주었다. 상실의 슬픔이 아닌 미안함에 대한 슬픔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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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장하는 날
김장하는 날이면 많은 식구들이 할머니 집에 왔다. 식구들이 각각 분란하게 움직였다. 내 눈도 따라서 분란하게 움직였다. 한순간 한순간이 행복이었다. 그렇게 김치가 완성이 되고,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할머니표 동치미가 완성이 되었다. 복작 복작했던 그 순간을 생각하면 아리고, 할머니의 동치미 맛을 생각하면 알싸해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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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추 나무
할머니 집에는 담이 있었다. 그리고 그 담을 안아주기라도 하듯이 엄청 큰 대추나무가 있었다. 동네에서 대추나무 집이라고 할 정도로 대단히 컸다. 대추 나무가 감싸고 있는 담을 넘어 밖을 보면 내가 좋아하는 삼촌이 오곤 했다.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, 한참을 울었다. 왜 그랬는 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. 아마 느껴보지 못한 그리움을 놓치는거 같아서 였던거 같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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받아쓰기 백점!
웃었다. 아니 세상에 모든 것을 다 보상 받은 듯 그렇게 어머니는 신나게 웃으며 나를 앉아주었다. 그때 알았다. 사랑 받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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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린 시절의 기억
어려웠다. 남들처럼 우리집 하나가 없었다. 할머니 집에서 자랐다. 별거 아닌 유리 잔에 따라준 우유를 먹지않고 텔레비전을 보았다. 아차! 하는 순간에 유리잔을 쳤고, 그대로 모두 다 쏟았다. 어머니는 흘린 우유의 양보다도 더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때렸다. 아니 팼다. 왜 그렇게 한스럽게 나에게 손지검을 했는지, 나이가 들어서 알게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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태어난 날
이세상에 누가 태어난 날을 기억할 수 있을까? 나이가 들어 내가 태어났던 그 날들의 기억을 어머니의 말씀을 통해 들었다. 아주 시꺼멓고, 피부자 쭈글거린 한 아이가 어찌나 뱃속에서 안나오려고 했는지. 그래서 어머니는 예정일보다도 2주를 더 견디셨다고 했다. 키가 155cm 밖에 안되는 작지만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어머니는 그 힘든 시간을 견뎠다. 그리고 내가 태어났다고 했다. 그렇게 난…
